원전 장기간 방사선 노출로 갑상선암 첫 인정…위자료 1500만원

부산지법 동부지원 “원전서 내보내는 방사선에 노출돼 갑상선암 진단 받았다고 봄이 상당해” 기사입력:2014-12-12 19:31:53
[로이슈=신종철 기자]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에 대해 법원이 “장기간 방사선 노출”에 따른 것이라며 원전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처음으로 내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피해에 관해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아가고 있고, 실제로 삼척시에서는 원전 백지화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등 원전에 대한 위험성 및 안정성에 관한 논란을 환기시키기 위해 이번 판결을 자세하게 조명한다.

이번 판결은 유사한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원자력영향ㆍ역학연구소의 연구결과 등을 인용하는 등 여러 관련 자료를 종합해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OO(여,49)씨는 1990년 경남 양산군(1995년 부산 기장군으로 이관)에 전입해 1993년까지 거주하다가 이후 성남시에서 3년가량 살다가 1996년 3월부터 다시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전입해 현재까지 살고 있다. 박씨는 6기의 원전이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로부터 10㎞ 안팎에서 20년가량을 거주한 것이다.

그런데 박씨는 2012년 2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입원해 갑상선 절제술 및 중심부 림프절 청소술을 받고 퇴원했다. 박씨는 앞으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받으며 갑상선 호르몬 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상태다.

또한 박씨의 아들 균도씨(22)는 자폐성 장애를 안고 태어났고, 남편 이진섭씨도 2011년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씨 부자는 2011년 3월 발달장애인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균도와 세상걷기’라는 이름으로 전국 보도투어를 해 언론에 조명되기도 했다.
갑상선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치료적 방사선 노출과 환경재해로 인한 방사선 노출이며, 노출된 방사선 용량에 비례해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성 증후군이 있는 경우에도 갑상선암 발생 확률이 높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관한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이후 여성들에게서 갑상선암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있고, 방사선 노출과 갑상선암이 용량-반응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원자력영향ㆍ역학연구소에서 2011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에서 거리가 멀수록 갑상선암 발생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원자력발전소에서 5km 이내) 여자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원거리 대조지역(원자력발전소에서 30km 이상 떨어진 지역) 여자 주민의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기장군이 모 병원과 공동으로 2010년 7월경부터 2013년 12월경까지 ‘기장군민 건강 증진사업’의 일환으로 기장군민 4910명을 대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실시했는데, 위 기간 동안 암 검진을 받은 기장군민 총 3031명 중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주민은 41명이었다.
박씨는 “발전소 주변에서 20년 이상 거주하면서 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노출됐고, 그로 인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으므로, 발전소에서의 방사선 노출로 인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한국수력원자력에 2억원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출한 방사선과 박씨의 갑상선암 발병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선량은 관련 법령 및 고시에서 규정한 한도치를 하회하고 있어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의 방사능을 배출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또 “발전에서 약 7.689km 떨어진 박씨가 거주하는 지역은 원전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에서 갑상선암 발병률과 상관관계를 보인 지역(원자력발전소에서 5km 이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발전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최호식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17일 박OO씨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합100370)에서 방사선 노출로 갑상선암이 발병한 것으로 인정해 “한국수력원자력은 박OO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하나,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의한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는 기업이 배출한 원인물질이 대기나 물을 매체로 해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공해문제에 관하여는 현재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매우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이런 공해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해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반면, 가해기업은 기술적ㆍ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원인조사가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또 “나아가 어느 시설을 적법하게 가동하거냐 공용에 제공하는 경우에도 그로부터 발생하는 유해 배출물로 인해 제3자가 손해를 입었고 그 유해의 정도가 사회생활상 통상의 수인한도를 넘는다면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갑상선암의 발생에는 방사선 노출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피고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서 총 6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원고 박씨는 그로부터 약 10km 안팎에 떨어진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해 오면서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원전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결과 근거리 대조지역인 원자력발전소에서 5km 이상 30km 이내 떨어진 지역에서도 원거리 대조지역에 비해 1.8배의 높은 갑상선암 발병률을 보이고 있고, 박씨가 거주해온 지역이 방사선 유출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다른 암과는 달리 갑상선암의 경우 원자력발전소로부터의 거리와 발병률 사이에 상과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고, 기장군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수도권 지역에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점 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침해당한 이익은 신체의 건강과 관련된 것으로서 재산상 이익 기타 다른 이익보다 중요할 뿐 아니라 공공의 필요에 쉽게 희생돼서는 안 되는 법익인 점 등에 비추어, 박씨는 발전소 부근에서 거주하면서 상당한 기간 발전소에서 내보내는 방사선에 노출됐고, 그로 인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발전소를 운영하는 피고는 방사선 방출로 인해 박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 재판부는 “갑상선암의 일반적인 예후 즉 갑상선암은 다른 장기에 퍼질 경우에도 장기 생존하는 경우가 많은 점, 향후 치료 내용, 피고도 관련 법령에서 규정한 연간 유효 방사선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으며 발전소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기장군 주민들의 종합건강검진을 지원해온 점, 원고 박씨가 그동안 지출한 치료비용, 원고가 위자료만을 청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1500만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장암(직장암) 진단을 받은 박씨의 남편 이진섭씨와, 선천성 자폐성장애 진단을 받은 아들 균도씨가 “발전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방출한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된 결과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각 5000만원의 지급을 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발전소 주변에서 오랫동안 거주해 왔고, 이진섭씨가 대장암 진단을, 이균도씨가 선천성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각 병의 진단과 발전소의 방사선 방출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대장암의 발병 요인으로는 50세 이상의 연령, 붉은 육류 및 육가공품의 다량 섭취, 비만, 음주, 가족력 등이 있고 기존 연구에서 방사선 노출과 직장암 발생 사이의 용량-반응관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점, 자폐증의 원인은 현재까지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1년에 lmSv 이하의 방사선 노출 하에서 선천성 자폐증 발생이 증가된다는 연구는 아직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박씨의 가족들도 항소해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향후 항소심의 판단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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