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권영국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공권력에 짓밟힐 때 변호사는 뭘 해야 할까”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영국 변호사의 첫 공판 모두진술…동료 변호사 85명 변호인단 구성 기사입력:2014-10-20 23:33:54
[로이슈=신종철 기자] “궤변과 거짓을 동원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가두어 버리는 공권력의 횡포 앞에 선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공권력에게 짓밟히고 있는 현실과 마주했을 때, 인권 옹호를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는 권영국 변호사가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변호사가 된 이후에 자신에게 줄곧 던져온 질문이라고 한다.

집시법 위반 등으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 ‘노동자 지킴이’ 권영국 변호사는 20일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모두진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영국변호사

▲권영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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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동주)는 권영국 변호사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권영국 변호사가 2013년 7월 24~25일과 8월 21일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개최된 집회에서 당시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임의로 치우고 화단 앞에 서 있던 경찰들을 밀치거나 때렸다는 것이다.
당시 집회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가 개최한 것인데, 권영국 변호사는 민변 노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노동ㆍ인권 변호사로서 활동해 온 권영국 변호사는 2008년부터 2014년 5월까지 최장수 민변 노동위원장을 맡아왔다.

권 변호사가 기소되자, 동료 변호사 85명이 재판부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 심리로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민변 회장을 역임한 김선수 변호사, 민변 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 등 38명의 변호사들이 변호인 자격으로 법정에 나와 변호인석과 방청석까지 법정을 가득 채웠다.

권영국 변호사는 모두진술에서 “변호사가 변호인이 아니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돼 마음이 매우 착잡하다”며 피고인으로 이번에 법정에 서게 된 경위를 소상하게 밝혔다.

권영국 피고인은 “저는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는 국민의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자신의 임무로 합니다. 국민의 인권 옹호를 제1의 임무로 해야 하는 변호사로서,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서장과 경비과장의 말 한마디로 집회금지구역으로 변해버린 대한문 앞 장소에서 집회의 자유를 되찾아야만 했다”고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는 “그래서 제가 주최자가 돼 신고한 이 사건 집회의 일차적인 목적은 바로 ‘경찰력의 남용으로 인해 집회금지 장소가 되어 버린 화단 옆과 앞의 장소도 집회의 자유가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의 자유로운 공간임을 확인하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며 “나아가 화단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짓밟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호소했다.

권영국 피고인은 “이번 재판이 공권력이 남용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재판이 됐으면 한다”며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 여부를 따지는 협소한 송사가 아니라 국가가 공공복리와 질서유지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는 재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국변호사

▲권영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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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변호사 권영국 피고인의 모두진술 전문>

재판에 임하는 제 마음은 매우 착잡합니다. 변호사가 변호인이 아니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일뿐만 아니라 본인의 직업적인 신뢰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변호사가 된 이후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지난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접견권을 행사하려다가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의 혐의로 체포된 후 두 번째입니다. 수사당국에 의한 잦은 소환과 기소는 한 개인의 직업적 신념과 가치관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닐 것입니다.

본격적인 공판에 앞서 오늘 저를 변론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선ㆍ후배 동료변호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동료의 곤궁한 처지를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과 사익이 아닌 공동의 선을 추구했을 것이라는 동료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법정에 서게 된 사건의 핵심은 그 표면적인 이유와는 달리 공권력에 도전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노동현안에 대한 검토와 해결을 주된 임무로 삼는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회계조작의 의혹을 받고 있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시위에 참여하였고, 청와대 앞을 찾아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였으며, 대한문 앞 농성을 벌이던 해고자들을 화단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내쫓으려던 공권력의 법집행에 맞섰다는 이유로 일반교통방해죄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회계조작을 통한 정리해고의 의심을 받고 있는 쌍용차 사태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노동자ㆍ시민들의 집회ㆍ시위의 자유와 공공복리 내지 질서유지를 내세운 공권력이 맞부딪힌 사건입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시위가 서울 도심에서 장기화되자 경찰은 집회제한과 금지통고를 남발하기 시작했고, 한편으로 대한문 인도 위에 화단을 설치하고 그 화단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화단 앞 구역을 법적 근거도 없이 사실상 집회 금지구역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것은 정리해고 투쟁의 상징으로 된 쌍용차 문제에 대해 공권력의 이름으로 사실상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우리 사회와 정부에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봉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해결을 회피하는 정부를 비판하고 그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권력의 모습은 언제나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는 갑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대한문에서 쌍용차 해고자들의 장기간의 농성과 시위는 자본과 정부에게는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한문 화단 앞 구역은 경찰서장과 경비과장의 지시로 집회금지구역이 되어버리는 비극이 발생하였습니다. 정부와 경찰은 함께 살자는 사회적 약자의 요구는 외면한 채 집회와 시위를 통제하며 급조된 화단에 대항한다는 이유로 해고자들과 시민들을 체포ㆍ구속하였습니다.

저는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는 국민의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자신의 임무로 합니다. 국민의 인권 옹호를 제1의 임무로 해야 하는 변호사로서,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서장과 경비과장의 말 한마디로 집회금지구역으로 변해버린 대한문 앞 장소에서 집회의 자유를 되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최자가 되어 신고한 이 사건 집회의 일차적인 목적은 바로 “경찰력의 남용으로 인해 집회금지 장소가 되어 버린 화단 옆과 앞의 장소도 집회의 자유가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의 자유로운 공간임을 확인하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화단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짓밟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제한통보’라는 처분을 통해 집회 장소를 자의적으로 지정하여 화단 앞 집회를 금지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에 대항하여 경찰의 자의적인 집회제한을 다투었고, 법원으로부터 집회제한통보가 위법하다는 사실과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경찰은 자신의 위법성을 시정하기는커녕 또 다시 ‘질서유지선’이라는 이름으로 집회 장소 안에 ‘넘어서는 안 되는’ 통제선을 설치하고 그 바로 뒤에 경력을 배치하여 집회 장소를 무단으로 침범했습니다. 겹겹이 둘러친 경찰병력이 노려보는 가운데, 그것도 질서유지선이라는 플라스틱 설치물로 앞뒤가 갇힌 상태로 ‘자유’를 외쳐야 하는 굴욕적인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경찰은 질서유지선이 ‘주요도로의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질서유지선은 차량이 다니거나 일반인들이 통행하는 피고인의 앞이 아니라 피고인이 서 있던 등 뒤에 설치되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의 등 뒤에 도열해서서 집회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경찰국가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궤변과 거짓을 동원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가두어버리는 공권력의 횡포 앞에 선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가 이 재판에 임하면서 던지고 싶은 질문이었습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공권력에게 짓밟히고 있는 현실과 마주했을 때, 인권 옹호를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것은 변호사가 된 이후로 줄곧 자신에게 던져온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재판에 임하면서 다음과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남용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재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 여부를 따지는 협소한 송사가 아니라 국가가 공공복리와 질서유지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는 재판이 되길 바랍니다. 인권을 옹호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변호사를 공권력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집회의 현장에서 끌어다 법정에 세웠다면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기본권의 위기 상황을 볼 수 있기를 진정으로 희망합니다.

201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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