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5일 부림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호석(58), 설동일(58), 노재열(56), 최준영(62), 이진걸(55)씨 등 5명에 대한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재인의원
이미지 확대보기문 의원은 “제가 오래전 변호사를 할 때 시작한 재심이 이제야 결실을 맺었다”며 “하지만 그들이 겪은 고문, 옥고, 잃어버린 인생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씁쓸해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부산지역에서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반공법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해 수십일 간 불법 감금하고 고문하며 기소한 사건이다. ‘부산이 학림사건’인데, 이를 ‘부림사건’이라 부른다.
1981년 7월 이들은 법관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이나 가족에 대한 구속통지 없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연행됐다. 이들은 이후 오랜 기간 독방에 갇혀서 범행에 관한 자술서 작성을 강요받았다.
설동일은 연행된 지 28일, 고호석은 연행된 지 18일, 노재열은 연행된 지 6일 만에 자백하는 취지의 자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술서를 작성하자마자 수십 가지의 범죄내용에 대해 사람이 기억해내기 힘든 세세하고 정확한 부분(예를 들면, 참가자들의 대화 순서 및 긴 대화내용)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써야 쓸 수 있는 분량(자술서 100페이지)의 자술서를 수일간 연속해 작성했다.
이들이 수일에 걸쳐 작성한 자술서의 내용과 경찰ㆍ검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이 거의 동일하고, 이들의 자술서끼리도 서로 공모한 범행에 관한 경우 작성자의 개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동일했다.
이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은 뒤 고호석씨 등은 2012년 8월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영장 없이 체포돼 구금된 상태로 자백을 강요당하다가, 부당한 장기구금과 고문에 의해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심을 맡은 부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한영표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고호석(58), 설동일(58), 노재열(56), 최준영(62), 이진걸(55)씨 등 5명에 대한 반공법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고호석씨에 대한 범인도피 및 은닉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부분을 근거로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