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석 부장판사 “대법원, 원세훈 판결 비판한 김동진 부장 글 삭제 잘못”

“헌법 보장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특히 사법부에서는” 기사입력:2014-09-15 13:03:32
[로이슈=신종철 기자] 지금 법원 내부에서는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고 있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선거개입은 아니라며 무죄로 판결한 이범균 부장판사를 강하게 비판한 글을 대법원이 직권으로 삭제한 것에 대해 부산지법 성금석 부장판사가 비판했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정치개입을 인정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선거개입은 아니라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판결의 핵심적인 내용 일부만을 언급하면 “피고인 원세훈의 범행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원세훈이 적극적으로 위법성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적 공작을 벌일 목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 원세훈 선거법 무죄 판결에 김동진 부장판사 “법치주의는 죽었다”
이 판결에 대해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5기)는 12일 법원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글을 올리며 원세훈 사건 재판부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판사와 검사의 책무는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환기시키며 “헌법이 판사와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하라’고 하는 준엄한 책무를 양 어깨에 지운 것은, 판사와 검사는 정치권력과 결탁하지 않은 채 묵묵히 ‘정의실현’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전제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국정원 댓글 판결을 선고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개입’을 한 것은 맞지만, ‘선거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공직선거에 관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그리고 위법적인 개입행위에 관해 말로는 엄벌이 필요하다면서, 실제로는 동기 참작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슬쩍 집행유예로 끝내 버렸다”고 판결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그는 “나는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찾아 정독을 했다. 판결문은 행위책임을 강조한다는 원론적인 선언이 군데군데 눈에 띄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선거개입의 목적’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면서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무죄로 선고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인데, 원세훈 국정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공작을 했다면, 그것은 ‘정치개입’인 동시에 ‘선거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도대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이것은 궤변이다!”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판결문의 표현을 떠나서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독백을 할 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니...’ 허허~~ 헛웃음이 나온다”고 어이없어 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에 국정원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이 판결은 ‘정의(正意)’를 위한 판결일까? 그렇지 않으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앞두고 입신영달(立身榮達)에 중점을 둔 ‘사심(私心)’이 가득한 판결일까?...”라고 궁금해 했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한 마디로 말하겠다. 나는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대해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명백한 범죄사실에 대해 담당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것이 지록위마가 아니면 무엇인가? 담당 재판부는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국민들의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지록위마의 판결’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절망한다”고 씁쓸해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끝으로 “나는 판사로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다”라면서 “법치주의 수호는 판사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책무이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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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3시간 만에 삭제…법원공무원 “소금과 같은 지적 가차 없이 삭제”

그러자 대법원은 김동진 부장판사가 법원내부통신망인 코트넷 자유게시판 토론광장에 올린 글을 직권으로 삭제했다. 글이 올라온 지 3시간 만이다.

대법원은 “본 게시글은 <사법부 전산망을 이용한 그룹웨어의 운용지침> 제13조 제3항에 의하여 삭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며 공지했다.

이 지침 제13조(운영위원회의 권한) 제2항은 “운영위원회는 해당 게시물이 법령 또는 이 지침에 저촉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게시자에 대하여 자진 삭제나 수정 등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고, 또 제3항은 “게시자가 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경우 운영위원회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ㆍ이전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공무원들은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 주는 사법부 전산망 관리자 양반들에게 분개한다”, “욕설하는 댓글들은 잘도 참아주다가, 소금과 같은 지적은 가차 없이 삭제하는군”라는 등의 비판 댓글을 쏟아냈다.

◆ 성금석 부장판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동진 부장의 글은 삭제해서는 안 돼”

특히 부산지법 성금석 부장판사는 이날 코트넷 토론광장에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대법원을 비판했다.

성금석 부장판사는 “김동진 부장이 쓴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글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고, 특정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부분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위 글이 삭제된 후에 김 부장님께 문제 있는 부분을 지적했고, 또 지지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 부장판사는 “자유, 민주,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헌법상 보장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나 사법부에서는요”라고 환기시켰다.

성 부장판사는 “김 부장의 글이 <사법부 전산망을 이용한 그룹웨어의 운용 지침> 제6조 제4항 각 호 중 일부(2, 3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담당자들은 이를 삭제한 모양”이라고 짐작했다.

위 지침 제6조(전자게시판의 이용) 제4항 2호는 ‘타인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3호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코트넷 운영위원회가 <사법부 전산망 그룹웨어 운영지침>에 따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삭제한 것”이라고 언론에 해명했다

성금석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그러나 위 조항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 내지 제한하는 것으로서 명확하지 않아 무효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무효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아니라면, 담당자들이 위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ㆍ적용해 삭제한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하고 성찰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부장판사는 “저는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동진 부장의 글은 삭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감히 주장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경구와 미국의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 볼테르

“나는 당신이 쓴 글을 혐오한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당신에게 보장해 주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 노암 촘스키

한편, 성금석 부장판사는 “제가 과문한 탓인지 어렵사리 검색한 끝에 <사법부 전산망을 이용한 그룹웨어의 운용 지침>을 구해 보았다”며 “향후 담당자께서는 위 운용지침을 게시판이나 코트넷의 일정 위치에 보기 쉽게 게시해 이용자들이 널리 열람할 수 있게 두기를 희망한다”고 제시했다.

성 부장판사는 “왜냐하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 내지 제한하는 규정인 만큼 널리 공개하는 것이 지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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