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법관 출신 대법관 채워 ‘그들만의 위용’ 갖춘 대법원 vs “안타깝다…답답하다”

순수 재야 변호사 없고, 검찰 출신과 법학계 몫도 사라져…법관 출신 인사들로만 진용 갖춰 기사입력:2014-08-12 14:15:09
[로이슈=신종철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11일 양창수 대법관 후임으로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함으로써, 이제 대법원은 50년 만에 ‘그들만의 위용’ 드림팀(?)을 갖추게 됐다.

‘그들만의 위용’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번에 서울대 법대교수 출신인 양창수 대법관이 임기만료로 대법원을 떠나고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이 들어옴으로써, 이제 대법원은 그야말로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13명의 대법관 모두가 ‘정통 엘리트코스만을 거친 고위법관 출신’으로만 위용을 짜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박보영 대법관은 법원장급 고위법관 출신은 아니지만 부장판사 출신으로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경우로, 순수 재야 변호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간 지점에 있다는 점은 미리 밝혀둔다.

이러니 당장 서울변호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한규 변호사는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고, 이광철 변호사는 “답답하다”며 혹평했다.

▲서울서초동에있는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에있는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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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법원의 인적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비판과 주문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80년 이후 임명된 대법관 85명 중 81.2%에 달하는 69명이 현직 법관 출신이다. 판사 아닌 대법관은 검사 출신 9명, 변호사 출신 6명, 법학교수 출신 1명으로 16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성 대법관은 지금까지 김영란, 박보영, 김소영 대법관 3명 뿐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이 선출하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지적과 함께 사법의 민주화 원리를 위해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인적구성이 다양화 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오래된 사회적 합의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대법원이 ‘정통 엘리트코스만을 거친 고위법관 출신’으로만 판을 짬으로써 대법원 입장에서는 드림팀을 완성해 ‘그들만의 위용’이라고 자족할 수는 있겠지만, 외부의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면 대법원 밥상에 법원 출신 인사가 아닌 다른 식구들이 숟가락을 얻으며 끼지 못하는 판이다.

먼저 대법원에는 1964년부터 ‘대법관 한 자리=검찰 배정 몫’이라는 관행이 생겼다. 첫 스타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4년 주운화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검찰을 대표해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 2명이 대법관으로 임명돼 대법원을 차지하기도 했다. 법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심기가 껄끄럽고 불편한 상황이었다.

최근만 거론해도 대법관 한 자리는 검찰 몫으로 꾸준히 배정됐다. 강신욱 서울고검장이 2000년 7월 대법관에 임명됐고, 뒤를 이은 후임으로 대검찰청 중수부장으로 검찰의 명성을 드높인 안대희 서울고검장이 2006년 7월에 대법관에 임명됐다.

그 후임으로 2012년 7월 김병화 인천지검장이 검찰 몫의 대법관으로 이름을 올리는 듯했으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휩싸여 부적격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결국 자진사퇴했다.

이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다시 유남석 서울북부지법원장, 최성준 춘천지법원장, 이건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이건리 공판송무부장은 검찰 몫으로 보면 된다.

검찰 몫의 김병화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단 기회를 한 번 줬던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에서는 검찰 몫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호기(?)였다. 그렇다고 현역 법원장을 발탁하면 고위법관으로 채웠다는 비판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에 양 대법원장은 법원 내 여성 법관들의 ‘롤 모델’로 일찌감치 대법관 후보로 낙점을 받았던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2년 10월 당시 대법원은 “김소영 후보자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바람직한 모습을 실현하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한 결과 최적격자”라고 임명제청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급조된 여성 대법관’이라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어쨌든 모양새는 법원 외부의 요구대로 대법원 구성원의 다양화를 추구했기에 좋은 평점을 받았다.

▲대법원정문에서바라본대법원청사

▲대법원정문에서바라본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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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사라진 폐쇄성이다.

현재 검찰 몫의 대법관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대 법대교수 출신으로 법학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대법관이 된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으로 학계인사 배출 몫이라는 전통(?)을 이어가지 못하고, 엘리트코스만을 밟은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을 신임 대법관으로 발탁한 것이다.

물론 권순일 후보자의 대법관으로서의 자격을 논하는 게 아니라,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차원을 말하는 것이다.

양 대법관의 후임으로 학계인사를 발탁하거나, 아니면 재야에서 존경과 신망을 두텁게 받는 변호사를 발탁하는 게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최소한 명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맥이 이번에 끊김으로써 대법원은 이제 정통 엘리트코스만을 거친 고위법관 출신으로만 꽉 채운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소영 대법관은 그 중간 지점에 있다.

실제로 선임인 신영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2009년 2월에, 민일영 대법관은 청주지법원장이던 2009년 9월에, 이인복 대법관은 춘천지법원장이던 2010년 9월에, 이상훈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이던 2011년 2월에, 박병대 대법관은 대전지법원장이던 2011년 6월에 대법관에 각각 임명됐다.

또 김용덕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이던 2012년 1월에, 박보영 대법관은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으로 활동하다 2012년 1월에, 고영한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이던 2012년 8월에, 김창석 대법관은 법원도서관장이던 2012년 8월에, 김신 대법관은 울산지법원장이던 2012년 8월에, 김소영 대법관은 대전고법 부장판사이던 2012년 11월에, 조희대 대법관은 대구지법원장이던 지난 3월에 각각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 이광철 변호사 “답답하다. 서울법대, 50대 남성, 정통 엘리트 법관 출신”

상황이 이쯤 되자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11일 양창수 대법관 후임으로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을 임명제청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광철 변호사(법무법인 동안)는 한 마디로 “답답하다”며 씁쓸해했다.

이광철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답답하네요”라고 말문을 열며 “서울법대, 50대 남성, 정통 엘리트 법관 출신”이라고 권순일 후보자의 주요이력을 열거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대법관들의 획일화된 이력을 지적하며 “그저 차별성이 있다면, 충청 출신이라는 것! TK 혹은 PK 출신이 아니라는데 위안을 삼아야하나요?”라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관은 나라에 딱 14명밖에 없는, 법원을 상징하는 분들이며, 더구나 한분은 법원행정처 처장을 하느라 재판업무에서 제외돼 있다”며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사고와 여러 출신들을 대표할 수 있도록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것은 사법의 민주화 원리에서 당연히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환기시켰다.

이는 이번에도 ‘서울대 법대를 나온 50대 남성의 정통 엘리트 법관 출신’이라는 획일화된 전형적인 틀에서 또 대법관을 발탁하는 것을 질타한 것이다.

게다가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출신인 양창수 대법관은 처음으로 법학계에서 대법관으로 발탁됐는데, 학계 배정 몫(?)마저도 이번에 정통 엘리트코스를 거친 법관으로 채우는 것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이광철 변호사는 그러면서 “전수안, 이홍훈, 김지형, 박시환, 김영란 이 다섯 분의 ‘독수리 오형제’가 지키던 대법원 때 국가보안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수 견해가 제출됐다”며 “그리고 그 소수견해가 하급심에서 채택돼 소수자들의 기본권을 수호하는데 실질적인 기여가 있었다”고 상기시켰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그 후 이명박 정권 이래 대법원은 그 인적 구성의 획일성만큼이나 법리 전개도 한결(!) 같았다”며 “권력과 돈을 가진 자의 편에서 요지부동이었던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광철 변호사는 끝으로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이라는 단 한 가지 점에서는, 저는 정권교체 지상주의자”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권순일 후보자를 포함한 대법원의 대법관 13명의 인적 구성이 어떻게 짜졌는지를 들여다봤다. 이광철 변호사의 지적과 일치한다.

출신 대학을 보면 한양대 법대를 나온 박보영 대법관과 고려대 법대를 나온 김창석 대법관을 제외한 11명의 대법관들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성별을 보면 박보영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11명 대법관 모두 남성이다.

연령대를 보면 60세인 신영철 대법관과 49세인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11명 대법관 모두 50대다.

특히 이번에 양창수 대법관이 퇴임하고 권순일 신임 대법관이 임명되면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13명의 대법관 모두가 정통 엘리트코스 만을 밟아 온 고위법관 출신들로 꽉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 김한규 서울변호사회 부회장 “대법원이 외면해 매우 안타깝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한규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대법원이 신임 대법관으로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을 제청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여론을 전했다.

김한규 부회장은 “이는 권순일 차장이 특별한 흠결이 있어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퇴임하는 양창수 대법관이 학계 출신이었음에도) 대법원구성의 다양화 목소리를 외면하고 전형적인 법원 내 승진을 고집한 대법원에 대한 비판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작년 ‘통상임금’ 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대법원 판결은 사회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던 변호사 중에서 충원하는 것이 타당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외면하여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참고로 서울지방변호사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이번에) 소수자 보호에 앞장섰던 김선수 변호사(노동), 김주영 변호사(증권)를 대법관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민변 회장을 역임했다.

◆ 대법관 13명 출신 주요 약력

신영철(60) 대법관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8기 출신이다.

민일영(59) 대법관은 경기 여주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0기 출신이다.

이인복(58) 대법관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1기 출신이다.

이상훈(58) 대법관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1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0기 출신이다.

박병대(57) 대법관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환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2기 출신이다.

김용덕(57) 대법관은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2기 출신이다.

박보영(53) 대법관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전주여고와 한양대 법대를 나와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6기 출신이다.

고영한(59) 대법관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1기 출신이다.

김창석(58) 대법관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휘문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3기 출신이다.

김신(57) 대법관은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2기 출신이다.

김소영(49) 대법관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정신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9히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9기 출신이다.

조희대(57) 대법관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3기 출신이다.

이번에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권순일(55) 후보자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4기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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