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범석/모두다행정사대표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적발 당시 A씨는 단속 기준을 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됐다.
A씨가 마신 술은 소주 4잔으로 호흡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단속 기준에 걸리는 0.05%가 나왔다. 채혈 검사에서는 농도가 0.094%로 훌쩍 높아졌다.
A씨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만 놓고 보면 당연히 행정처분의 대상이고 두 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있던 터였다.
그럼에도 행정법원은 “통상 술을 마신 뒤 30~90분 사이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운전당시 0.05%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근거는 ‘위드마크’라는 공식에서 기인하는데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혈중알코올농도의 상관관계에 관해 1930년대 독일의 위드마크(Widmark)가 제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착안을 해보면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것은 음주운전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달한 후 하강기에 접어들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음주운전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 있었다면 운전 당시의 정확한 알코올농도를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A씨가 운전한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판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4월 25일 청주지법은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술을 마신 후 30분이 넘어 교통사고가 났고 그로부터 또다시 30분 뒤에 음주측정을 한 경우인데,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A씨 사례와 동일하다.
또 이런 판례도 있다. 택시기사 C씨는 2012년 새벽 5시 20분경에 술을 마신 후 6시 30분부터 6시 34분까지 택시를 운전했는데 택시 시동을 켠 채 잠을 자다가 오전 8시 47분에 경찰관으로부터 음주측정을 하게 됐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255%로 나왔다.
이 사건의 1심 재판을 맡은 부천지원은 “피고인이 운전할 때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기간인지 하강기간이지 확정할 수 없다면 위드마크 공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례들을 정리해보면 운전을 종료한 때에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도달하지 않았거나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면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운전 당시에 처벌기준치 이상이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측정 당시 운전자의 행동 양상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운전 종료 후 호흡측정 시점이 불과 23분에 불과한 사안에서도 언행을 더듬거리고 보행을 비틀거리는 등 외관상 상당히 취해있었던 점과 처벌기준을 훨씬 웃도는 측정치가 나온 점을 이유로 들어 유죄 판결을 한 바 있다.
실제로 법원은 음주운전 여부와 관련된 판단을 할 때에는 이처럼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운전 당시에도 음주운전 단속 기준치 이상이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운전과 측정 시기의 시간 간격, 측정 수치와 단속 기준치의 차이, 단속 및 측정 당시 운전자의 행동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일관된 태도이다.
이런 맥락에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여부만을 따지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다. 그러니 이 같은 요소를 충분히 종합적으로 판단해 권리 구제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송범석 / 모두다행정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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