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간첩조작 15년 억울한 옥살이…국가 손해배상 못 받을 처지 왜?

1심과 2심 국가 손해배상책임 인정→대법원, 원심 판결 뒤집어 기사입력:2014-04-19 12:41:42
[로이슈=신종철 기자] 안기부(현 국정원)의 고문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간첩이라고 자백해 15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A(73)씨. 이후 간첩 조작사건으로 밝혀졌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국가에게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심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후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여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형사보상도 받았다. 하지만 국가의 사과나 명예훼복 조치 등은 없었다. 이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국가는 소송 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은 A씨는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국가의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다리다가 아무런 조치가 없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특별한 사유가 있다며 국가에게 10억5806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재심 무죄확정 판결로 형사보상을 받은 뒤 국가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형사보상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만약 파기환송심이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판결할 경우 A씨는 국가로부터 형사보상 외에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번 사건을 본다. 법원에 따르면 서해 휴전선 인접 도서인 인천 강화군 미법리(미법도)에서 살던 A(73)씨는 1965년 10월 인근 섬 주민 109명과 함께 서해 비무장지대인 은점벌에서 조개잡이를 하다가 납북됐으나 22일 만에 귀환했다.
이후 A씨는 1982년 2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영장 없이 불법연행 돼 13일 동안 감금된 상태에서 납북 사건과 관련해 간첩혐의로 수사를 받은 뒤 무혐의 처분으로 석방됐다.

그런데 A씨는 이듬해 9월 다시 안기부에 영장 없이 연행돼 간첩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38일가량 불법구금을 당했다. 물론 불법 구금기간 동안 변호인이나 가족 등의 면회나 접견이 일체 금지 당했다.

안기부 수사관들은 A씨에게 자백을 강요하며 잠을 재우지 않고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하고 물고문 등의 각종 가혹행위를 했다. 계속된 고문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A씨는 간첩 혐의사실을 허위로 자백했다.

당시 A씨의 처와 동생도 안기부에 연행돼 모진 협박과 고문을 받았고, 가혹행위에 못 이겨 A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다.

이후 검찰에 송치된 A씨는 검찰조사에서 담당검사에게 가족들과 함께 고문을 당해 허위사실을 자백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묵살한 채 안기부에서 진술한 내용과 다르게 말한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으며 자백을 강요당했다. A씨는 다시 안기부로 돌아가 고문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결국 허위자백을 했다.
결국 A씨는 1983년 12월 인천지법에서 반국가단체(북한)의 구성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그 목적 수행을 위해 탐지, 수집한 군사상 기밀을 누설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위반)로 기소했다.

A씨와 처, 그리고 동생은 재판 과정에서 수사관들의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인천지법은 1984년 4월 고문 등이 있었는지에 관한 특별한 증거조사나, 진술 번복 경위에 대해 조사하지 않고 A씨에게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했다.

이에 A씨 등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은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1984년 9월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복역 중 199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으나, 수사기관의 보안관찰 및 감시를 받았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원회)는 A씨 등 이른바 미법도 납북 귀한 어부 사건을 재조사한 끝에 2007년 10월 안기부(현 국정원)가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통해 사건을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도 2009년 5월 “수사기관이 강제연행 및 불법구금, 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해 A씨 등 피해자들로부터 허위자백을 받아내 이들을 처벌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국가는 피해자들에 사과하고,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해 피해자들과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심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2009년 1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2010년 7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011년 1월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재심 무죄 판결은 확정됐다.

그 후 A씨는 서울고법에 형사보상을 촉구해 2011년 7월 22일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돼 9억4193만원을 수령했다. A씨와 가족들은 이후 6개월이 지난 2012년 3월 22일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총 52억원을 지급하라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법원종합청사

이미지 확대보기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3민사부(재판장 이우재 부장판사)는 2012년 8월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총 23억5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에게 10억5806만원, 처에게 5억원, 자녀 3명에게 각 2억원씩, A씨의 동생에게 1억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이에 양측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27민사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도 2013년 8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국가는 소멸시효 항변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원고(A)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에서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점, 원고가 2011년 7월 서울고법에서 형사보상결정을 받은 점 등에 주목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런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들은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을 받고 이에 기초해 무죄의 재심판결을 받은 후 과거사정리법의 규정과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건의 등에 따라 피고가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했으나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자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감안하면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청사

▲대법원청사

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미법도 납북 어부 귀환 사건’ 피해자 A(73)씨와 그의 가족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에 되돌려 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해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따라서 이런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상이 경과한 2012년 3월 22일에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이런 경우 원심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 이후 원고들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 원고들이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심리해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관해 제대로 심리ㆍ판단하지 않은 채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A씨와 함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를 당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A씨의 아내와 동생의 경우 형사보상청구 없이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3년 내에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2,609.63 ▼60.80
코스닥 832.81 ▼19.61
코스피200 356.67 ▼8.64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94,991,000 ▲493,000
비트코인캐시 731,000 ▼1,000
비트코인골드 51,800 ▲550
이더리움 4,632,000 ▲20,000
이더리움클래식 39,050 ▼90
리플 734 ▼1
이오스 1,113 ▼3
퀀텀 5,865 ▼3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95,218,000 ▲418,000
이더리움 4,645,000 ▲18,000
이더리움클래식 39,120 ▼80
메탈 2,221 ▼24
리스크 2,098 ▼33
리플 736 ▼1
에이다 692 ▼2
스팀 370 ▼7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94,940,000 ▲470,000
비트코인캐시 748,500 ▲17,500
비트코인골드 48,800 ▼1,190
이더리움 4,639,000 ▲28,000
이더리움클래식 38,810 ▼280
리플 735 ▲1
퀀텀 5,880 ▼25
이오타 328 ▼2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