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민변이 검찰도 아닌, 서울지방경찰청도 아닌, 서초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시켜 눈길을 끌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피고발인들에게 면박을 주기 위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그 이유는 민변 사무차장이 맡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가 밝혔다.
▲15일기자회견을진행한민변사무차장을맡고있는박주민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먼저 민변은 이날 대검찰청 앞에서 전날 검찰이 발표한 <화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 수사 결과>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8명을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민변은 “이들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에서 국가보안법의 무고ㆍ날조죄를 범했다”며 고발했다.
그리고 고발대상에는 이번에 증거위조 수사팀의 팀장을 맡았던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검사장)과 수사팀 검사다. 민변은 두 검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을접수하기위해서초경찰서종합민원실에들어가는민변변호사들(앞줄좌측부터이광철변호사,권영국변호사,김도형변호사,조영선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박주민 변호사는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 두 달 가깝게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을 꾸려서 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결과가 합리적인 이성을 갖고 있다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수준의 결과 발표였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사실 저희들은 (처음부터) 특검을 주장했는데, 기존 수사기관에 고발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될 수 있지만, 특검이 도입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유일하게 검찰을 수사할 수 있는 남은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경찰에 고발하게 된 것”이라며 “그리고 경찰 중에서도 서울지방경찰청까지도 가지도 않겠다. 이들은 잡범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피고발대상자들로서는 고발을 당해 수치스러운 것인데, 면박까지 당한 셈이다.
▲박주민변호사의'잡범'발언이나오자웃음이터진변호사들
이미지 확대보기특히 민변이 경찰에 고발할 수밖에 없었던 고민을 털어놨다.
권영국 변호사의 규탄발언이 끝나자 박주민 변호사는 “저희가 잡범이라서 서초경찰서에 고발한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권 변호사님의 말씀대로 더 이상 고발한 곳이 없다. 어디에다 고발해야 수사가 될까.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다”라고 씁쓸해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민변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병모 변호사의 모두 발언 뒤에는 검찰을 비판했다.
▲이광철변호사가고발요지설명할때긴급전화를받는박주민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박 변호사는 “그렇다면 이 간첩 증거조작에 관련된 혐의자인 검찰, 그 검찰이 증거조작에 관련돼 조사했던 것, 수사했던 것 타당하지 않았고 생각한다”며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바대로 수사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석범 변호사의 규탄발언이 끝나자, 박주민 변호사는 “엄중한 시기이기 때문에 자신은 물러날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남재준 원장이 차라리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오히려 국가정보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그것이 이 엄중한 시기를 잘 극복해 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고 남재준 국정원장의 자진사퇴를 충고했다.
이재화 변호사의 규탄발언이 끝난 뒤에는 박 변호사는 “짧고 강한 발언 감사드린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당연히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가정보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환골탈태 노력을 해야 하고, 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초경찰서종합민원실에고발장을접수하는민변사무총장김도형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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