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규칙’은 채증을 “각종 집회ㆍ시위 및 치안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또는 녹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확대 해석해 채증활동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경찰의 광범위한 채증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집회참가자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 동의를 구하지 않는 채증활동은 초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채증자료의 열람, 판독, 보관, 폐기 과정에 정보주체가 참여해 열람하거나 정정,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아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집회 현장에서 사복 채증요원이 비공개적으로 채증할 경우, 정당한 채증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경찰과 집회참가자 간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채증 대상자가 경찰의 채증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므로 채증활동에 대한 적정성 감시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경찰이 개인 휴대폰 등 정식 등록된 채증장비가 아닌 것으로 채증활동을 할 경우, 해당 자료를 사적으로 활용하는 등 채증자료의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위법에 대한 증거수집 등 ‘경찰 채증의 필요성’과 채증과정 중 집회참가자에 대한 ‘인권침해 예방’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조화될 수 있도록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경찰 채증요원의 채증활동 및 채증장비 사용의 적정성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채증활동규칙’은 수사목적을 달성한 채증자료는 폐기하고, 보관이 필요한 채증사진은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보관 후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불법행위의 증거자료로 사용하는 원래 목적에 반해 채증자료를 외부에 임의로 유출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의 채증자료에 대한 보관 및 관리 방안으로 채증자료 관리 절차에 외부전문가를 참여하도록 해 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는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채증활동으로 인해 집회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초상권 등에 대한 침해 우려와 여러 건의 관련 진정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