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등록 거부된 이정렬 부장판사 오해와 진실…대한변협 판단은?

‘소신 판사’, ‘양심 판사’,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 별칭 가진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누구? 기사입력:2014-03-06 21:40:13
[로이슈=신종철 기자] 소신 있는 판결로 ‘소신 판사’, 트위터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며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 ‘양심 판사’라는 별칭을 얻었던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3기)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 신청을 했으나 6일 거부당했다.
그런데 언론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밝힌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 및 입회 거부 이유로 거론조차 되지 않은, 생뚱맞게도 ‘가카새끼 짬뽕’을 제목으로 뽑거나 기사 내용에 다루며 ‘흠집내기’를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 시민사회단체가 이정렬 판사의 판결에 대해 2004년 판결 중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 선정한 ‘소신 판결’ 조차도 일부 언론은 ‘튀는 판결’로 둔갑시키니,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오해와 마녀사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이에 <로이슈>가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본다.

▲서울변호사회가있는서울서초동변호사회관

▲서울변호사회가있는서울서초동변호사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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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는 6일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 및 입회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런 의견을 대한변호사협회에 전달할 예정이어서, 대한변협에서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변호사회가 변호사 등록을 거부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2007년 서울고법에 재직할 당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교수지위확인 사건 주심을 맡았는데, 2012년 1월 이 사건이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를 통해 세간에 화제가 되자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심판의 합의를 공개함으로써 법원조직법에 따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사실을 꼽았다.

또 하나는 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2013년 9월 창원 거주지의 위층 거주자와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툰 후 주차돼 있던 위층 거주자 소유의 차량을 손괴해 벌금 1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은 것을 거론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게 억울한 측면도 있다. 글을 올리게 된 동기가 자신과 재판부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것이고, 그것도 법원가족들만 볼 수 있는 법원 내부통신망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혹한 징계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정렬 부장판사는 재판부 합의 내용 일부를 법원 내부통신망에 밝혔다가 언론에 의해 외부에 공개돼 보수단체로부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허철호)는 2013년 2월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실제로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당시 중징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임은정 검사 사례에 견주어 보면 왜 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 검찰 내부게시판에 비판 글 올린 임은정 검사 징계…법원 “징계사유 아냐”

▲임은정검사(사진=페이스북)

▲임은정검사(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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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 윤길중씨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임은정 공판검사는 지휘부의 ‘백지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사유에는 임은정 검사가 법정에 나가기 전에 검찰 내부게시판에 무죄구형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힌 것도 포함됐다.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게시판(이프로스)에 “재심사건에 대하여 무죄구형을 강경하게 주장하다가 사건에서 배제되었으나, 재심사건 무죄구형은 의무라고 확신하기에 무죄구형을 하러 간다. 중징계를 받더라도 과거사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재검토 되고, 검찰이 모든 사건에 있어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하게 된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대검 감찰본부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검찰 내부게시판에 무죄구형에 관한 글을 올려 외부 언론에 전파되도록 해 검찰조직 내부의 혼란을 초래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게 하는 등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라고 징계사유에 포함했다.

이에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취소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1일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검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헌법 제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고, 의견 공표로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했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며 “원고가 글을 게시한 행위가 검찰 조직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검사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물론 똑같은 경우는 아니다. 대법원은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해 법원조직법 위반의 잣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개가 외부가 아닌 내부통신망이라는 유사한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과연 어떤 결론이 내려질까?

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이런 점을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적극적으로 소명했다면, 변호사 등록 거부로 이어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심사위원회의 소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서울변호사회는 밝혔다.

이 전 부장판사가 무슨 이유에서 소명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징계가 내려졌을 당시 다퉈 볼 여지가 충분함에도 “불이익을 달게 받겠다”며 징계처분취소 소송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소명을 하지 않은 것도 그의 이런 가치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서울변호사회는 층간소음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을 지적했다. 물론 현직 법관으로서 믿기지 않는 불미스러운 일이다. 사건 직후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고 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작년 6월 사직했다. 이후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하지 않고 8개월이라는 ‘자숙’의 시간도 갖고, 지난 2월에서야 변호사 등록 신청을 했다.

이번 서울변호사회의 결정에 대해 누리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변호사 등록을 거부한 것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 더 비난 받을 판검사들은 변호사등록을 받아주면서 이정렬은 왜 안 되느냐는 것이다. 서울변호사회가 등록거부 의견을 대한변협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제 공은 대한변협에게 있다. 대한변협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 조선일보는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나

이제부터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자세히 살펴본다.

먼저 서울변호사회의 결정이 나오자 조선일보는 <이정렬 전 부장판사, 변호사 등록 거부당해. 이유 알아보니...“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조선닷컴에 내보면서 서두에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과거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꼼수면’ 등 대통령 비하 발언을 올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지난달 10일 서울변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변호사회의 입장은 그 뒤에 전달했다.

많은 다른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카새끼 짬뽕’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전혀 문제 삼지 않았음에도, 언론은 제목으로 뽑거나 기사 내용에 보도하며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시키고 있다. 마치 문제가 많은 판사로 낙인찍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문제의패러디사진

▲문제의패러디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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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것인지 짚어본다.

사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판사 재직 당시 보수언론으로부터 상당한 공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바로 ‘가카새키 짬뽕’이라고 ‘주홍글씨’를 덧씌워진 것이다. ‘가카새끼 짬뽕’은 당시 인기를 끌던 신제품 라면 ‘나가사키 짬봉’을 누리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패러디한 사진이다.

이정렬 부장판사는 지난 2011년 12월 페이스북에 “트윗에서 본 신종라면 2가지 랍니다”라며 누리꾼들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해 패러디한 <꼼수면>과 <가카새키 짬뽕>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당시 누리꾼 사이에 인터넷에 널리 퍼지며 넘쳐나던 사진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틀 뒤 <[단독] 이번엔 ‘가카새끼 짬뽕’ 사진 올린 그 판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중한 처신을 거듭 당부했지만 일부 판사는 ‘막말’과 ‘조롱’이 섞인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며 SNS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판사들을 겨냥했다.

이어 “페이스북에 ‘보수 편향적인 판사들 모두 사퇴해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고 글을 올린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는 18일 밤 페이스북에 ‘트윗에서 본 신종 라면 2가지’라며 ‘시커먼 땟국물 꼼수면’과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사진 2장을 올렸다”고 이 부장판사를 지목했다.

또 “이 판사는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가 올린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이란 글이 논란이 되자, 대법원 허락 없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등 튀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앞서 이달 7일엔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페이스북에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겁을 먹으면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엿을 먹게 된다는 뜻)’란 글을 올렸다가 소속 법원장으로부터 ‘신중히 처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서기호 판사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대법원장의 거듭된 당부를 무시한 채 판사답지 못한 시정잡배의 언어로 대통령까지 조롱하는 것은 문제’라며 ‘최소한 공무원으로서 품위라도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다른 언론들의 후속 보도로 이어지며 “이정렬 = 가카새끼 짬뽕”으로 낙인 찍혔다. 그렇다면 본인과 외부에선 조선일보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 이정렬 “판사의 눈높이가 아니라 ‘시정잡배’ 요구에 맞는 재판 하겠다”

이를 본 이정렬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에 “저 신문 나왔네요. 특히 ‘시정잡배’라는 말씀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 동안 ‘시정잡배’의 기준이 아니라, ‘고고한 척’하는 재판, ‘그들만의 재판’을 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요. 정말로 ‘시정잡배’의 눈높이에 맞추는, 사법서비스의 공급자인 판사의 눈높이가 아니라, 수요자인 ‘시정잡배’의 요구와 요청에 맞는 재판을 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라고 가볍게 응수했다.

서울북부지법 판사를 퇴직하면서 ‘국민법관’이라는 별칭이 붙은 서기호 판사(현재 정의당 국회의원)도 당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 판사는 트위터에 “옛날, 무학대사가 이성계로부터 ‘당신은 돼지 같소’라는 말을 듣자, ‘전하께서는 부처님 같습니다. 부처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부처로 보이는 법이죠’라고 했다죠. 21세기 무학대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정잡배의 눈에는 모두가 시정잡배로 보이거든요’”라고 조선일보에 반격했다.

당시 한명숙 전 총리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던 조광희 변호사도 트위터에 “조선일보가 상대를 잘못 골랐나보다. 이정렬 판사, 고분고분하지 않다. 사법연수원 마친 후, 아주 오랜만에 우연히 전철에서 만났을 때, 양복에 커다란 배낭 메고 법원으로 출근하고 있었다”는 말로 조선일보를 지적했다.

외부의 평가가 이러함에도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간 불과 이틀 뒤 윤인태 창원지방법원장은 이정렬 부장판사에게 “앞으로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는 표현이나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서면으로 경고했다. 물론 구두경고나 서면경고는 법관징계법상 징계는 아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출신 최강욱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법원 수뇌부를 향해 “제발 꼴값 떨지 말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 변호사는 특히 “너희들이 수면 위론 한없이 ‘우아’를 떨지만 물밑으론 한 푼이라도 더 챙기고 한 칸이라도 더 좋은 자리 가고 싶어 온갖 추한 짓을 다 하고 다닌다는 걸, 시민들이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 완전한 착각이다. 제발 솔직해다오”라며 “진정한 품위는 너희들이 정하는 게 아니란다. 진실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마침내 인정하게 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 자신을 경고한 법원장 앞날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정렬 부장판사

인터넷에서 널리 회자되는 풍자 사진을 단지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서면경고를 받은 이정렬 부장판사는 그러나 윤인태 창원지방법원장에 대해 서운함은커녕 각별한 존경을 표시하며 법원장의 앞길에 자신이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의연함까지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 부장판사는 트위터에 “소중한 트친님들. 소식 접하셨겠지만, 법원장님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습니다. 그것과 관련해서 트친님들의 오해가 있을까 싶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 드리고, 부탁 말씀을 좀 드리려고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법원장님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창원법원장님께서는 너무도 인간적이고도 따스한 말씀과 충고를 함께 주셨다”며 특히 “경고나 훈계를 받는 자리라기보다는 오히려 격려나 위로를 받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의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래서 부탁 말씀 드린다.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법원장님께서 제게 서면경고를 했다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가지고, 법원장님이나 창원법원에 대해 서운함을 가지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사실 창원법원장님께서는 법원 내외에서 신망을 받고 계실뿐 아니라, 저도 마음으로부터 깊이 존경하는 훌륭하신 분입니다. 이번 일이 생겼을 때 제가 가장 크게 걱정했던 부분은, 제 신상에 관한 것보다 오히려 법원장님께서 앞으로 대법관, 더 나아가 대법원장 등등 크게 되셔야 할 분인데, 저로 인해 행여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며 윤인태 법원장에 대한 존경과 걱정을 표시했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게 덧씌워진 <꼼수면>과 <가카새키 짬뽕> 패러디 사진의 오해와 진실은 이렇다. 그래도 이 전 부장판사에게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주홍글씨를 덧씌울 수 있을까?

◈ 이정렬 부장판사가 <부러진 화살> 형사재판 판결 내린 판사라는 오해와 진실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게는 자신의 판사 생활을 비롯해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서울변호사회도 이번에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는데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큰 오해가 있다. 진실은 이렇다.

바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이른바 ‘판사 석궁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형사재판 판결을 내린 판사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또한 언론이 만들어낸 오해다. 그로 인해 그는 ‘엉뚱한 화살’에 맞아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아야 했다.

“이게 재판이야, 개판이지”라며 검찰과 사법부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영화 <부러진 화살> 이른바 ‘판사 석궁테러’의 시발점이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교수지위확인) 항소심인 서울고법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 부장판사는 고뇌하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소위 ‘판사 석궁테러’는 교수지위확인 항소심에서 패소한 김명호 전 교수가 항소심 재판장인 박홍우 부장판사의 집 앞에 찾아가 실랑이를 벌이다 석궁을 발사해 박홍우 재판장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당시 사법부는 “사법테러”, “판사 석궁테러”라고 규정했다.

바로 이 석궁사건 형사재판 과정을 핵심으로 다룬 <부러진 화살>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복직소송 패소 판결을 내린 재판부와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 판사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기 시작했다. 오해와 억측이 난무했다.

▲이정렬전부장판사(사진페이스북)

▲이정렬전부장판사(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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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속상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던 이정렬 부장판사는 고심 끝에 2012년 1월 25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생뚱맞은 공격을 하는 언론과 일부 오해하는 법원가족에 대해 해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먼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너무나 화가 나 있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와 관련해 그동안 너무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언론계 종사자라고 우기면서 자기들 편한 대로 전혀 사실과 다른 소설을 쏟아내고 모함을 해대는 사람들, 입장표명이나 거취표명을 하라고 악다구니를 써 대는 사람들...”이라며 언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제게 왜 할 말이 없겠습니까? 책으로 써도 될 만큼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일부러 외면했고, 참았다”며 “무엇보다 그 사건에 관해 다시 언급을 한다면, 필경 김명호 교수의 소송수행상의 잘못 때문에 패소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될 것인데...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제가 한 판결 때문에 상처를 받은 분이니, 저에게는 그 분의 잘못을 언급함으로써 다시 상처를 가할 권리가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쏟아지는 온갖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런데 누구의 지시를 받아 짜맞추기식 엉터리 판결을 했냐, 지시한 사람이 청와대라는 둥, 대법원장님이라는 둥, 박홍우(당시 재판장) 법원장님한테 한 마디도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했다는 둥...엉터리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는 민사사건에만 관여한 제게 왜 (석궁사건) 혈흔감정도 안 하고, 부러진 화살도 증거물로 안 나왔는데 중형을 선고했냐는 둥 도대체 제가 민사사건에 관여를 했는지, 형사사건에 관여를 했는지조차도 모르는 분까지 있었다”고 억울해했다.

▣ 법원 내부통신망에 밝힌 합의 내용은?

그러면서 “(재판부)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 법원조직법을 어기지 않으려 했으나, 이제 실정법을 어기고자 한다”며 “그로 인해 제게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이는 달게 받겠다”며 서울고법 재판부 합의과정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밝혔다.

내용인 즉 “석궁테러사건의 원인이 된 교수지위확인 등 청구사건의 합의결과는, 원고 즉 김명호 교수 승소였다. 이 결론은 판사 세 명 사이에 이견 없는 만장일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주심 판사였던 이 부장판사는 “저는 판결초고 작성에 착수했는데, 예상치 않았던 큰 문제가 발견됐다. 청구취지가 ‘피고(성균관대)의 원고(김명호)에 대한 1996. 3. 1.자 재임용거부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한다’였다”며 “3월1일은 삼일절이어서 법정공휴일인데, 기록을 샅샅이 뒤져봐도 그 날 재임용거부의 의사표시가 학교로부터 발신됐거나, 원고에게 도달됐다는 증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보면 결론에 관계없이 당연히 (성균관대의) 상고가 예상되는 사건인데, 원고 승소판결을 했을 경우 학교측에서 ‘1996. 3. 1에는 원고와 관련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의 간단한 한 마디만 해도 공들였던 탑이 너무나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추가 변론에 재개했는데, 이는 학교측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김 교수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석궁테러사건 이후에 항상 들었던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상고심에서 뒤집어지든 어떻든 간에 변론재개 없이 그냥 원고승소로 선고가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기도 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 글은 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고, 안주감이 되겠지요. 이 글 중에서 일부 표현을 가지고 말꼬리를 잡고, 또 자기들 마음대로 소설을 쓰고, 자기들 입맛에만 맞춘 말과 글을 써 대겠지요”라며 언론에 불신을 드러내며 “저로서는 원치 않는 일이기도 하고, 명색이 부장판사라고 하는 사람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품위 없게도 이런 식의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그런 것들을 따지기에는 너무나 지쳤다”고 상심이 컸음을 고백했다.

이정렬 부장판사는 이렇게 오해와 진실을 풀어주는 글을 판사들을 비롯한 법원공무원들만 볼 수 있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은 이 부장판사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보수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이후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 6개월 정직에 법원공무원들 나서 대법원 규탄, 시민들 징계 철회 청원운동

▲당시대법원앞에서규탄기자회견하던법원노조등

▲당시대법원앞에서규탄기자회견하던법원노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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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전호일, 옛 법원공무원노조)는 성명을 통해 “개혁적인 사고를 가진 법관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하며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징계위원회 회부를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법원본부는 “법원은 영화 <부러진 화살>의 개봉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이정렬 부장판사는 법원가족에게 자신의 심정과 재판의 과정을 솔직하게 언급했고, 이는 영화에 의한 사법불신의 가중을 막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합의내용을 간단하게 언급했을 뿐”이라며 법원공무원들이 나서 징계 요청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법원본부는 다음날 대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가는 곳마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법관 스스로 재판의 독립에 대한 의지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며 “그렇다면, 보복성에 가까운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배제 시도를 당장 멈추고, 이정렬 판사에 대한 징계절차 이행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2012년 2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서기호, 이정렬 판사에 대한 징계시도를 철회하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며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2012년 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네티즌 사이에 ‘개념 판사’로 불려 왔던 서기호, 이정렬 판사에 대한 징계를 반대하는 구명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며 “두 판사에 대한 징계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법원이 그럴싸한 핑계를 들면서 두 판사의 재임용 부적격 이유와 징계 이유를 애써 강변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번 징계 시도가 지난 2008년 촛불 재판에 불법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에 반대하면서 사법개혁을 시도했던 판사들을 축출하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지금 사법부가 정의와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사법부는 겸허하게 국민의 신뢰를 잃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12년 2월 13일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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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징계위원회는 “이정렬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리면서 심판의 합의를 공개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히며, “재판부 합의의 비밀유지 의무는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징계 결정이 내려지자 법원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법불신 자초한 양승태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에 대한 연임배제 결정과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규탄했다.

전호일 법원본부장은 “이정렬 부장판사가 법원내부게시판에 사법신뢰 회복과 본인의 결백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인물인 김명호 교수 사건 재판부 합의내용을 간략하게 공개한 것에 대해 창원지법원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징계를 요청하고, 대법원은 이를 수용해 개인비리 자들에게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배제 결정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현 집권세력이 ‘괘씸죄’를 적용한 보복행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양성윤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양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이미 예견돼 있었다”며 “이정렬 부장판사 징계와 서기호 판사의 탈락처럼 이후에도 대법원의 잘못된 폭거가 계속될 것이어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법률적 판단은 사망했다”고 개탄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맡고 있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앞에 극단적인 최고수위의 액션에 참여하게 된 것은 사법부의 심각한 위기 상황 때문”이라며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는 것처럼, 똑같이 법원도 판결로 말해야 한다. 인사로 말하면 안 된다. 상급법관이 하급법관을 인사조치하라고 사법권 독립이 있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또 “상급법관들이 하급심 법관들의 사적인 SNS(트위터, 페이스북) 얘기를 이유로 인사조치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 한인섭 “주의조치면 충분할 것을, 중징계를 들이댄 저의는?” 대법원 겨냥

대법원의 징계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트위터에 “이정렬 판사에 대한 정직 6월 징계는 서기호 연임거부와 같이 법관을 통제ㆍ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며 “법관의 독립ㆍ양심의 존중은 민주사법의 최소 안전장치. 법관의 위계질서화를 심히 우려한다”고 대법원을 정조준했다.

한 교수는 이정렬 부장판사의 행위를 “정상을 참작할 부분이 많다”며 감싸 안았다. 그는 “(재판장인) 부장판사가 석궁까지 맞고, 영화까지 나와 법원이 불신 받는 상황에서 주심판사로서 가만히 있기도 괴롭다. 부장이 당하는 공격에 대한 최소한의 대리방어로서 설명한 것이라면 참작사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정렬의 공개 방법도 법원의 인트라넷(내부통신망)에 올린 정도. 외부 언론기고도 아니다. 정 문제 삼으려면 인트라넷을 외부 언론에 알린 쪽을 찾을 일. 외부기고가 아닌 점에서도 참작사유 약간 추가”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이게 <6개월 정직>감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다른 비리사안도 이보다 경미한 징계 받았다. 그런 중징계는 <법조비리>에 대해 행해져야. 주의조치면 충분할 것을, 비리도 아닌 사안에 그토록 엄중한 징계를 들이댄 저의는?”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그는 또 “사법부가 여론의 지탄을 받는 부분 있다면, 법관이 합의비밀 깼기 때문이 아니라, 법관의 판단이 시민의 상식과 괴리되기 때문이고, 법원의 소통능력이 취약한 때문이며 거기다 법조비리로 인해 불신감 증폭되는 것”이라며 “번지수를 제대로 짚기 바람”이라고 대법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사건은 이렇다. 법원공무원들이 나서 ‘보복성 징계’라고 대법원을 규탄하며 감싸 안았던 이정렬 부장판사. 석궁사건에 대한 오해와 진실도 이것이다.

▣ 보수언론이 비판에 나서면 징계 카드 꺼내는 법원은 문제 없나?

그런데 사실 대법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정작 문제가 있다면 이정렬 부장판사가 글을 올렸을 때 바로 삭제 조치를 유도하는 등으로 문제 삼아야지, 꼭 보수언론이 ‘때리기’ 보도가 나오면 그때서야 액션에 나선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한인섭 교수와 법원노조도 지적했듯이 이정렬 부장판사는 자신과 당시 재판부에 쏟아진 비난의 화살과 오해를 풀기 위해 법원가족들만이 볼 수 있는 내부통신망에 설명을 글을 올린 것으로 충분한 참작사유로 보인다.

반면 이 부장판사의 글을 외부에 유출시켜 보수언론이 헐뜯기 보도하게 만든 당사자 또한 법원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킨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형평성에 맞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징계를 청구하는 소속 창원지법원장과 대법원 징계위원회도 또 하나 잘못이 있다.

실제로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2011년 1월 25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재판부 합의내용을 문제 삼으려면, 김명호 전 교수의 이른바 ‘판사 석궁테러’ 당시인 2007년 1월 17일 서울고법 제2민사부 이정렬 판사로서 올린 합의내용 공개 글도 문제를 삼았어야 형평에 맞다.

하지만 서울고법 이정렬 판사가 2007년에 올린 글은 당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수언론이 ‘이정렬 때리기’에 나선 2011년 1월 25일자 글만 문제 삼은 것은 법원 스스로가 이중잣대를 갖고 있는 것이며, 언론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언론이 ‘이정렬 때리기’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1월 25일자 글도 단순한 해명 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2007년 1월 ‘판사 석궁테러’ 당시 합의내용 밝혔는데 문제 삼지 않더니

그렇다면 서울고법 이정렬 판사는 2007년 1월 17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무슨 글을 올렸을까.

이정렬 판사는 <박홍우 부장님의 쾌유를 빌면서>라는 글에서 “저는 법관 피습사건의 원인이 됐던 사건의 주심을 맡아 업무를 수행했다”며 “재판에 잘못이 있었다면 특히 주심판사인 저도 책임을 져야 마땅한데, 재판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박홍우 부장님이 피습을 당하고 거동을 하지 못해 입원해 계셔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판사는 재판진행 과정을 설명하면서 “원고가 상당히 실력 있는 출중한 사람이고, 입시문제오류에 관한 입증이 잘 돼 있었으며, 재임용거부결정이 문제오류지적에 대한 보복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어도 간접증거들에 의해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원고의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문제삼는 대학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 “사건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재판부가 원고(김명호) 배려했다”

이정렬 판사는 “그런데 원고는 1996년 3월1일 재임용거부결정의 무효확인을 구했는데 이날은 공휴일이어서 대학에서 그날 결정을 했을 것 같지 않아 기록을 보니 2월29일 재임용거부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청구는 더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 때문에) 이 사건은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올만한 상황이었으나 원고가 느꼈을 억울함과 받았을 고통에 비하면 사건을 ‘이유 없다’는 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이에 법리 문제로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는 게 타당한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박 부장님께 말씀드렸다”고 김명호 전 교수를 배려했음을 밝혔다.

그는 “그래서 변론재개결정을 하면서 석명준비명령을 만들어 쌍방에 대해 의문 있는 사항을 모두 반영했는데 원고는 재판부의 뜻을 간파하지 못하고 재임용거부결정이 3월1일임을 재차 주장했다”며 “원고를 더 배려하는 것은 법관의 객관적 입장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부의 뜻을 몰라주는 원고가 야속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부장님은 이를 다툼 없는 사실로 정리함으로써 원고에게 생기는 불이익을 막아줬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이렇다. 과연 대법원의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이 정당한 판단이었는지 이제라도 대법원 스스로 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제 변호사 등록에 대한 공은 대한변호사협회로 넘어간 만큼, 대한변협은 이런 정황을 잘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정렬 부장판사는 징계가 결정된 지 5일 뒤인 18일 트위터에 “(징계처분취소) 소송 할 수는 있는데, 안 할 랍니다. 불이익 달게 받겠다고 했었거든요. 한 번 말했으면 지켜야죠. 구질구질한 거 싫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이정렬 판사, 양심적 병역거부자 첫 무죄…참여연대 2004년 최고의 판결 꼽아

그렇다면 이정렬 부장판사는 누구일까.

보수언론은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해 소위 ‘튀는 판사’로 분류하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예의주시하며 실시간으로 스크린했다. 그가 글을 올리면 트집을 잡는 보도가 즉시 나가니, 이 부장판사가 말한 것처럼 ‘감시’ 수준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알량한 ‘튀는 판사’였을까.

이정렬 부장판사가 작년 6월 창원지법에서 법복을 벗었을 당시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최초의 무죄판결 내린, 고민하는 판사로 기억합니다”라며 상기시킨 판결을 보면 그가 어떤 판사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2004년 5월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병역 소집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오OO(22)씨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정렬 판사는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려오던 법원의 판례를 깬 것으로 당시로서는 크게 화제가 됐다. ‘튀는 판사’는 그 당시 보수언론이 붙여줬다.

하지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조국 서울대 교수)는 2005년 1월 발행한 ‘사법감시 제23호’를 통해 ‘2004년 주요 판결-디딤돌과 걸림돌’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이정렬 판사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을 2004년 주요판결 중 최고의 판결로 선정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인권옹호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디딤돌 판결로 가장 먼저 이정렬 판사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선고 판결을 뽑으면서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자 한 판결”이라고 높이 평가했었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이정렬 부장판사를 ‘튀는 판사’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그런 평가를 수긍하지 못한다.

▣ 이정렬 “‘튀는 판사’라면 대기업 상대 소송서 김명호 유리한 판결 하는 게 매력”

이정렬 부장판사는 2007년 1월 17일 김명호 전 교수 사건과 관련해 법원 내부통신망에 “저는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해 법원 대내외적으로 ‘진보 판사’, ‘튀는 판사’로 평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제가 주심으로 관여했던 (김명호) 사건에서 담당재판부가 기득권층(성균관대)을 옹호했다고 하는 것은 저희 재판부를 떠나 제 개인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라고 분개했다.

또 “담당재판부가 (피고 대리인) 전관예우나 학교 소유자인 대기업(삼성)을 의식해 원고(김명호)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다는 말도 접했는데 사실 이런 말은 언급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면서 “제가 ‘튀는 판사’라면 저로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원고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한 매력이 있는데도 원고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다는 것은 바로 저희 재판부가 대기업을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정렬 부장판사는 2005년 3월 당시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판사로 재직할 당시 기자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판결로 여론의 관심을 즐기는 게 아니냐”는 매우 차가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정렬 판사는 “판결로 논란을 일으켜 관심을 얻고자 한 적은 추호도 없다”고 일축하면서 “내가 내린 판결 중 언론에 공개된 것은 손가락으로 꼽히고 ‘튀는 판결’이라는 사건 중 70% 이상이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가 기각됐다면 유독 ‘튄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판사는 또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 당시에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절반 이상이 대체복무제 도입에 옳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내 판결이 무작정 맨땅에 헤딩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 이정렬 부장판사, 작년 대통령 선거 과정서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 별칭 얻어

한편, 이정렬 부장판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평소 국민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판사로 유명했다. 특히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2012년 제18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가를 발휘했다.

지역구 선거관리위원장을 4년 동안 맡아 공정선거관리 경험이 있는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바쁜 재판 업무에도 불구하고 18대 대선 과정에서 직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을 일부 대신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선거운동 범위에 대해 궁금해 문의하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트위터를 통해 일일이 교과서 해설서와 같은 명쾌한 답변을 해줘 질문이 줄을 이었고, 이정렬 부장판사는 저녁을 먹지 못하고 잠시 짬을 내 야참으로 라면을 먹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었다.

투표참여를 권장하던 이정렬 부장판사는 유권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던 중 2012년 12월 5일 밤 11시20분경 트위터에 “저...‘라면’ 하나만 먹고 다시 오겠습니다. (재판업무) 일하다가 아직 저녁을 못 먹었어요. ㅠㅠ 죄송...”이라는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이 부장판사에게 얼마나 많은 선거법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지, 그의 숨은 노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에 대해 주로 물었고, 심지어 해외에서도 날아든 질문도 여럿 있었다. 정말 구체적이고 세세한 질문이어서 법률전문가라고 해서, 아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고 해도 실시간으로 쉽게 답할 수 없는 상당히 난이도 높은 질문도 많았으나, 이 부장판사는 척척 답해줬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 부장판사의 노고에 환호했다. 심지어 “선관위원장으로 추천합니다”라고 극찬했다. 이정렬 부장판사의 이런 활약을 보도한 <로이슈>는 이 부장판사에게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라는 별칭을 붙여줬고, 이후 많은 언론들이 이 부장판사를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라고 불러줬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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