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사형수 자전소설 원고 외부 반출 안 돼”

“피해자 또는 유족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 기사입력:2012-09-03 15:21:56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사형수가 자신이 저지른 두 건의 살인사건을 소재로 쓴 원고(집필문)를 출판하기 위해 구치소장에게 외부 출판사에 발송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소장이 피해자 또는 유족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외부 반송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J(56)씨는 1975년 대법원에서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년을 복역하다가 1993년 5월 가석방됐다. 그런데 또 다른 살인죄로 2005년 9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부산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수형생활을 하면서 J씨는 A4 용지 221장 분량의 자전적 소설인 ‘어느 사형수의 독백’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작성한 뒤 2011년 9월 부산구치소장에게 원고를 파주에 있는 한 출판사에 발송해 줄 것을 의뢰했다.

하지만 소장은 원고의 내용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행집행법)이 규정한 발신금지조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들어 발송을 불허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영치했다.

그러자 J씨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ㆍ출판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것인데 영치 처분사유로 삼은 발신금지조항 중 ‘우려가 있는 때’ 부분은 그 내용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위 조항을 근거로 집필문의 발송을 불허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특히 “집필문은 본인의 고통을 비유와 은유 등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소설에 불과해 허위의 사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없고, 피해자의 실명이나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본인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어서 개인의 사생활이나 명예를 훼손하는 것도 아니며, 글쓰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이 없고 사형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힌다 하여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발송을 금지하고 영치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인 부산지법은 지난 2월 “교정시설 수용자라도 헌법에 보장된 출판의 자유를 제한 당해선 안 된다”며 “부산구치소 측이 원고 J씨에게 내린 문예작품 발송불허 및 영치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고법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지난 8월29일 수형자 J씨가 부산구치소장을 상대로 낸 수용자 문예작품 외부발송 불허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2012누1082)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가 수용자라 하더라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할 것이나, 구금시설은 다수의 수형자를 집단으로 관리하는 시설로서 규율과 질서유지가 필요하므로 수형자의 서신수발의 자유에는 내재적 한계가 있고, 구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형자의 서신에 대한 검열은 불가피하며, 검열결과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때 서신 발송은 금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적 표현물로서 인물의 실명을 기재하지 않고, 사실을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자전적 소설을 표방하고 있고 소설 속에 시간이나 장소가 특정돼 있고 관계가 서술돼 있으므로 타인이 특정될 수 있고, 이야기 전개에 따라 타인의 사생활이 노출되어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라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집필문은 자전적 소설을 표방하고 있고 실명이 기재되지 않았지만, 두건의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사건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탓에, 집필문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 인물을 아는 사람들이 집필문을 읽는 경우 실제 인물을 떠올릴 수 있다”며 “집필문이 살인사건의 피해자 및 유족들에 관해 묘사된 분량이 많고 적고를 떠나 그들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이 공적인 인물이 아니고 공적인 관심의 대상도 아니며, 집필문이 출판됨으로써 피해자들의 사생활이 공개되고 남들의 입에 오르내림으로써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필문의 내용이 형집행법에 해당되는 이상 나머지 발송금지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피고가 집필문의 발송을 금지하고 영치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이 피고가 재량권을 남용함으로써 위법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집필문의 전체적인 내용이 살인 사건이 모티브를 이루고 있어 살인사건 피해자들의 사생활이 소설의 전개에 서 빠뜨릴 수 없는 본질적 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노출된 사생활이 남들에게 공개되기 싫은 성질의 것이 상당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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