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화가 난 A씨는 그때부터 옥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이르기까지 약 16km에 이르는 고속도로 구간 동안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B씨가 주행하고 있는 차선 앞쪽으로 갑자기 차선을 변경해 B씨가 차량 속력을 급히 줄이게끔 만들고, 주행 차선을 다시 바꿔 B씨 차량 옆으로 따라 붙은 뒤 팔을 내밀어 B씨의 차량을 세우라고 했다.
이에 B씨가 응하지 않자 다시 B씨 주행 차선 앞쪽으로 갑자기 진로를 변경해 B씨가 급히 차량 속도를 줄이게끔 하고, 그 이후로도 계속 옆 차로에서 B씨의 차량을 세우라는 삿대질을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사건 당일 경찰로부터 도로교통법(안전운전의무) 위반으로 범칙금 4만원의 통고처분을 받아 납부했다.
또한 검찰은 “A씨가 위험한 물건인 승용차를 이용해 B씨의 생명, 신체에 위협을 가할 듯한 운전하는 방법으로 협박했다”며 기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사건 협박에 대한 공소사실과 범칙행위는 범죄의 내용 등에 있어 동일성이 인정되는 하나의 행위”라며 “도로교통법은 범칙금 납부 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는 통고처분에 의한 범칙금 납부에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해 피고인에 대해 면소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이 “면소 판결은 위법하다”며 항소했으나,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방승만 부장판사)는 2011년 7월 “면소 판결은 정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2011도10670)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고속도로에서 난폭운전으로 다른 차량을 위협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ㆍ흉기 등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1)씨에게 면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본원 합의부에 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범칙금의 통고처분을 받게 된 범칙행위인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운전과 공소사실인 협박행위는 장소와 일시가 동일하고 피고인의 난폭운전이 협박행위의 수단이 됐다는 점에서 일부 중복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도로교통법의 안전운전의무위반은 도로교통상의 위험과 장해 방지 및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협박죄는 특정인의 의사 또는 신체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각 행위에 따른 피해법익이 다르고, 그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안전운전의무위반 범칙행위와 공소사실의 협박행위는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를 벗어난 별개의 행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칙행위와 공소사실이 동일성이 인정되는 하나의 행위라고 판단해 공소사실에 대해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