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공판검사 “법정서 피나도록 입술 깨물었다”

임은정 검사 “피해자들 대신 싸워주는 게 대한민국 검사인 내가 할 일” 기사입력:2011-10-01 19:43:05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흥행 돌풍을 몰고 온 영화 ‘도가니’의 실제 모티브인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 성폭력 사건을 맡았던 담당검사의 일기가 공개돼 화제를 낳고 있다.

청각장애인 보호시설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이루어진 교장을 포함한 교사진의 파렴치한 성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도가니’(원작 공지영 소설)의 흥행 돌풍은 법원도 강타할 정도였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네티즌들의 분노가 커지자, 실제 사건을 판결했던 광주고등법원이 직접 설명자료를 내가며 ‘영화와 실제 판결 내용은 다르다’며 사실상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해명하며 진땀을 빼야했다.

사건의 심각성은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각급 법원장들도 도가니를 관람하기에 이를 정도였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영화를 관람한 후 ‘충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른바 ‘도가니법’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도 2007년 광주지검에서 인화학교 사건을 담당했던 임은정 검사(사법연수원 30기)가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1심 공판 당일의 상황과 이 사건을 다룬 소설 ‘도가니’를 읽은 소회를 담은 일기를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임 검사는 현재 법무부 법무심의관으로 일하고 있다.

임 검사는 2007년 3월 12일 공판 당일 일기에서 “오늘 특히 민감한 성폭력 사건 재판이 있었다. 6시간에 걸친 증인신문 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고 적었다. 사건의 심각성도 그렇지만 피해자와 증인들이 농아자이어서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정이 고요했던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이어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며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이라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음을 표현했다.

또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짓밟힘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도 있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다”며 “(그런데 가해자 측) 변호사들은 그 (피해자)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막을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임 검사는 그러면서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 그리하여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겠지”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2009년 9월 20일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소설 ‘도가니’를 읽은 당시의 일기도 공개했다.

임 검사는 “(도가니를)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공판검사로서)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걸 알기에. 가명이라 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고 가슴을 여몄다.

이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2심에서 어떠한 양형요소가 추가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치가 떨린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실제 인화학교 사건에서 1심인 광주지법 제10형사부(재판장 김태병 부장판사)는 2008년 10월 한차례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K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K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재판부도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혀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피고인이 동종전과가 없고,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들어 감형했다.

임 검사는 “법정이 터져나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 열기가, 소리 없는 비명이 기억 저편을 박차고 나온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날 법정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말려가며 한 다짐을 다시 내 가슴에 새긴다”며 1심 법정에 공판검사로 섰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적었다.

그러면서 “정의를 바로잡는 것. (농아자들인) 저들을 대신해 세상에 소리쳐주는 것. 난 대한민국 검사다”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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